연중합리화 + 문장팁1
ㅡ특정 부분에서 전개가 막혔는데 이거 뚫어뻥 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라 차라리 새 글 파서 다시 쓸란다.
ㅡ머리로 구상할 땐 꿀잼인데 막상 텍스트로 써보니 너무 어렵거나 별로 재미가 없다.
ㅡ요즘 트랜드가 아니라서 나중 가서 어차피 망할 것 같다.
ㅡ설정에 앞뒤가 안 맞는 큰 오류가 있는데 쓰다가 중간에 그걸 깨달았다.
ㅡ주변환경이나 여건 등이 글을 쓸 상황이 아니다.
ㅡ더 좋은 소재가 생각나서 그거 쓸란다.
ㅡ멘탈 터뜨리는 악플러 독자가 들러붙었다.
ㅡ기성 작가의 특정 소설과 설정이나 전개가 너무 비슷해서 표절 시비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면,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운 심리를 나타날 때와 같은 경우죠.
러시아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주 사용하는 기법인데, 일부러 심리 묘사를 많이 때려 박는 겁니다.
주절주절, 횡설수설 하는 거죠.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문장 자체가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리고 그런 문장을 읽는 독자도 혼란스러워지죠.
문장 자체의 혼란 플러스 화자의 혼란한 심리 = 감정 이입.
바로 이걸 노리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과해지면 라노벨에서 자주 쓰이는 그
런 문장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웹소설은 가독성을 중요시 하죠.
그러니까 이런 서술 방식은 애초에 제껴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장황한 서술체는 잘 쓰기가 힘들어요.
간결체(간결한 문장)보다도.
잘못하면 그냥 기다란 헛소리가 되어버리는 거죠.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문장은 간결할수록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짧다고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방금 전에 간결하게 쓰래 놓고 뭔 개소리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간결'해야 좋다고 했지, '짧아야' 좋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이게 뭔 개소리냐, 하면... '간결'이란 단순히 짧기만 해서는 성립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나는 배가 고팠다.
2: 내면에서부터 미친듯이 끓어오르고 있는 허기는, 단순히 배고픔이라고 하기엔 위벽을 손톱으로 벅벅 긁어대는 느낌으로 나를 식욕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3: 여름인데도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배가 고팠다.
급조한 문장이라 너무 극단적이거나 조잡할 순 있는데 아무튼 3개의 문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번 문장부터 보겠습니다.
일단 문장 자체는 짧습니다. 더 짧기 힘들 정도로요. 그러면 좋은 문장이냐.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좋은 문장은 아닙니다. 너무 특색이 없죠. 누구나 다 구사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한마디로 기억에 남는 게 전혀 없다는 겁니다. 한국어 교재에서나 볼법한, 정석 중의 정석이죠. 물론 정말 좋게 말해줘서요. 딱 욕 먹지 않을 만한 문장,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일종의 보험 같은 문장.
2번 문장을 보면,
일단 문장이 굉장히 깁니다. 물론 표현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묘사는 풍부합니다. 하지만 표현을 다 때려박는 바람에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죠. 눈으로 다 따라가기도 힘듭니다. 이 단어가 어떤 단어를 수식하는 지 파악하기도 힘든 구성입니다. 한마디로 읽을 때 힘이 많이 든다는 거죠. 제 생각에 '웹소설은 글로 읽는 만화'입니다. 킬링 타임용이라는 거죠. 그런 웹소설에서 이런 장황한 문장을 쓴다? 한두 번은 몰라도 계속 이런 문장이 나오면 과연 독자들이 참고 따라와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3번.
이 문장도 급조해낸 것이라 좋은 문장이라고 말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1번과 2번의 중간 지점 쯤 되는, 말하자면 마지노선 정도라고 생각해주세요. 일단, 문장이 간결합니다. 2번처럼 읽기 힘들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1번처럼 특색이 없지도 않죠. 이건 저한테 한정된 이야기라 공감이 안 되실 수도 있는데, 저는 배가 고프면 추위를 느낍니다.(물론 잘 쓴 문장이라면 다수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야합니다만...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ㅠㅜ) 그래서 '배가 고프다'라는 사실을 온도로 표현해봤습니다. 단순히 '추울 정도로 배가 고팠다.'라고 하면 좀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이라는 단어와 '한기'라는 단어의 온도 대비를 통해서 허기를 좀 더 강조한 겁니다.
이제 조금은 이해가 가시는지요.
정리하자면,
입니다.
여기서 말씀드린 '적절한 표현'이란,
'길이와 참신함을 모두 고려한 표현'을 말합니다.
길이와 참신함, 거기에 공감까지.
이 3가지를 두고 적절하게 줄다리기를 해야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요.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제 생각에 이 부분은 진짜 감이 중요한 거 같습니다.
많이 읽어봐야 감이 잡힙니다.
그래도 빠르게 배우고 싶다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바로 자신이 쓴 문장을 소리내서 읽어보는 겁니다.(저는, 정말 어떻게 다듬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는 문장이 있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첫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이 문장인데요. 김훈 작가는 이 한 문장을 수십, 수백 번 퇴고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고작 한 음절 때문에.
바로 '꽃이 피었다'에서 꽃'이' 라고 할 지, 꽃'은' 이라고 할 지 고민했다고 합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이 두 문장의 차이가 뭐냐.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시면 아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느낌의 차이죠.
'꽃은 피었다'는 뭔가 더 담겨있는 뉘앙스입니다. 예를 들면, '~했음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었다.' 이런 느낌이죠. 수동적인 느낌이구요. 김훈 작가는 이걸 '째를 부리는 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비해 '꽃이 피었다.' 이 문장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요. 상황이나 배경 설명 따위는 일절없이 그저 담담하게 꽃이 핀 사실만을 읊고 있습니다. 이미 앞에 '버려진 섬마다'라는 표현으로 대강 어떤 상황인지 묘사한 상태이기 때문에, 김훈 작가께선 더 이상의 설명은 일종의 오버라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뭐, 예를 들긴 했는데 이건 결국 김훈이라는 작가 개인의 스타일일 뿐입니다.
다만, 속도감을 중요시하는 웹소설의 특성 상 군더더기를 모조리 쳐낸 문장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이 문장을 예시로 든 겁니다.
이쯤되면 아실 분들은 아시겠죠.
문장에서 말하는 '군더더기'란 쓸모없는 단어 뿐만 아니라 그 문장에 담긴 감정이나 상황 따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입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거지만, 이 문장에서의 군더더기가 다른 문장에선 필수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곧 앞서 말씀드렸던 '짧다고 다 좋은 문장은 아니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써야할 표현은 써야죠. 아무리 문장이 길어지더라도요. 그 줄다리기를 잘 하라는 말씀일 뿐입니다.
각설하고.
결국 하나의 문장을 썼으면 적어도 두세 번은 읽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제가 위의 문장을 예로 들면서, '뭐가 더 있는 듯한 뉘앙스다.' , '수동적인 느낌이다.' 이래저래 설명을 했지만 여러분이 느끼지 못하시면 그냥 겉핥기 지식일 뿐입니다.
듣는 사람도 ' 아~ 이게 수동적인 느낌이구나.' 이러고 넘어갈 뿐이죠.
그건 이해한 게 아닙니다. 그냥 이러저러하다는 지식을 얻은 것일 뿐, 막상 써보라고 하면 못할 겁니다.
'수동'이라느니 '능동'이라느니 이런 단어로 표현된 설명은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본인이 사용하지 못하면 죽은 지식일 뿐이죠.
그러니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입 속에서 굴려보세요.
그리고 그 문장 전후로 문맥을 살펴보세요.
그렇게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감이 오실 겁니다.
틀에 담긴 단어로 말하는 지식말고 진짜 그 뉘앙스가 느껴지실 거에요.
여러분들이 말씀하시는, 뭐라 설명은 못하겠는데 느껴지는 그 차이점이.
그러면 거의 성공한 겁니다. 이제 거기서 글을 직접 써보면서 그 뭔지 모르겠는 한 겹의 막이 벗겨질 겁니다.
이제 그때부터는 표현 하나하나를 의식하며 써야합니다. 김훈 작가님처럼 까지는 아니어도, 조사 하나, 단어 하나까지 말이죠. 음절 하나로 문장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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